좀 지난 내용이긴 하지만 어떤 이용자가 신분증 미지참으로 인해 1개월 이용제한을 당했다는 글을 봤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스킵했었습니다만 그 사유가 황당하다고 계속 생각했기에 좀 길지만 의견을 남깁니다.
대부분의 일반 동호인들은 그 제재사유에 놀랐을 겁니다.
“신분증 미지참했다고? 나도 평소에 안가지고 다니는데. 그걸 요구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을 겁니다.
물론 협회의 이용규칙에는 분명히 이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용자는 관리자의 신분증 제시 요청에 응해야 합니다”
경찰도 아닌 자가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해도 되는거냐 등의 문제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아니니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고양시 시립코트는 각 클럽이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코트에 관리인이 상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일도 거의 아니 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 기억으로는 2년전인가 클럽에 매월 부여하는 코트 배정률을 높이는 문제로 테니스협회와 일반 비클럽회원들의 갈등이 심했고 클럽 회원들도 그게 못마땅했는지 몇몇 코트에서 관리자라는 사람들이 당시에 비클럽회원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습니다.
비클럽회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단톡방에서 코트양도 글이 올라오면 그 방에 들어가 있는 클럽회원들이 그걸 사전에 인지하고 클럽에 얘기해서 관리자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등 한마디로 같은 테니스인들끼리 갈등이 극에 달했던 것이지요. 그러다 비클럽회원들의 클럽배정률 문제에 대한 항의도 테니스협회의 일관된 무대응으로 인해 유야무야됐습니다.
저는 비클럽회원입니다만 클럽의 순기능도 인지하고 있기에 양측이 원만히 한정된 코트를 잘 이용하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일부 코트의 일부 클럽의 독점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코트를 이용하는 클럽은 상당히 회원수가 많고 그에 따라 코트에 대한 수요가 크리라 봅니다. 그러한 이유일까요? 여타 시립코트에 비해서 가장 예약하기 힘든 코트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클럽에 대한 코트 배정률도 높은데 예약까지 힘든 코트!!! 대부분의 일반 비클럽 동호인들은 그 코트는 아예 예약도 할 생각을 안합니다.
그 코트는 시니어,여성클럽을 제외하고는 한 클럽만 이용합니다. 그 시니어들도 평일낮에는 독점인데 대부분 그 클럽회원들입니다. “우리꺼야 건들지마!” 무섭습니다. 산속에 있어서 마치 구중궁궐같은 범접하지 못하는 그 곳. 클럽하우스(?)는 어느 코트에서도 볼 수 없을만큼 화려합니다. 아파트 테니스클럽 저리가라할 정도입니다.
반면에 인근 성사코트는 물론 코트 수가 많긴 하지만 무려 20개 가까이 되는 클럽들이 조금씩 배정받고 이용하고 평일에는 인근 초등,중학교에서 교육목적으로 이용하고 레슨도 활발히 하는 등 그 활용도가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고 모범적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비클럽회원들도 애용하고 먼저 언급한 그 코트에 비해 예약도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마 이번에 적발된 건도 추측이긴 하지만 단순히 신분증을 미지참한게 아니라 코트예약자가 양도한 건으로 보입니다. 비록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더라도 휴대폰내 정보를 통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데 설마 신분증없었다고 제재를 한다? 이건 사유가 이해가 안됩니다.
미리 해당 코트 관리자는 그 양도 정보를 알고 요구했을 것이고요. 저도 2년전에 해당 코트에서 동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누군가한테 양수받은 건데 어떻게 알았는지(나중에 알았습니다. 그 단톡방에 프락치가 있다는 것을) 바로 저한테 다가와서 신분증을 요구하더군요. 그 양도자는 제재를 받았습니다.
가장 독점적으로 코트를 이용하는 클럽에서 그것도 타 코트에서는 하지 않는 신분증 제시라. 그들만의 코트인가요?
테니스코트 양도문제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유명한 가수들의 콘서트표를 암표로 비싸게 파는 건 문제가 심각하죠. 하지만 테니스코트를 양도하면서 웃돈을 얹어서 돈을 받는 비양심적인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급하게 일정이 생겨서 코트를 이용하지 못하는데 당일에는 취소수수료 때문에 한푼도 못돌려받고 또한 5일전까지는 취소수수료를 받으니 흔한 단톡방 등을 통해 양도하는 겁니다. 서로가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훈훈하게 거래(?)가 이뤄집니다. 양도자는 어렵게 예약한 코트를 취소수수료까지 무는 게 속상한데 코트가 부족하니 늘 대기자는 넘치고. 양수자는 어려운 코트 얻게 되서 감사하고 서로가 이득인 셈이죠. 그 이득이라는 게 규칙위반이라는 이유로 제재를 받을 만큼 과연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게 있나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협회는 올 해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예약건에 대한 취소대상을 연12회로 제한했습니다. 취소가 12회 넘어가면 다음부터는 취소불가하고 환불을 못받는 조치였습니다. 양도를 막아야할 협회가 오히려 양도를 부채질하는 건 아닌가요? 그렇게 회원들이 불합리하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묵묵부답.
그렇다고 양도가 옳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코트를 많이 배정받는 것에 더해서 평일 저녁, 주말까지 모두 싹쓸이하는 것도 모자라 “당신 양도받은거지? 신분증 보여줘!” 이렇게까지 배타적으로 해야하는 건가요? 왜 유독 다른 코트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게 여기서는 반복되는 건가요?
그리고 관리자로서 협회는 2년전으로 시계추를 되돌리고 싶은건가요? 당시에 클럽의 코트배정률을 높이면서 클럽의 추가 일반예약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건 협회아니었나요? 그렇게 신분증까지 조회하면서 비클럽회원들 압박한다면 클럽회원들의 일반예약도 다 들여다봐야 할까요?